지하철 사용자로서 종종 겪는 일 중 하나는 내려야 하는 목적지의 정거장을 지나치는 일이다.
처음 가보거나, 자주 가지 않는 곳을 가는 경우에는 대부분 목적지를 지나치는 법이 없지만,
의외로 집에 가는 길, 혹은 일상적으로 내리는 곳에서 지나치는 경우가 생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생각해보면, 낯선 곳을 가는 경우에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수시로 어디서 내려야 하는 지를 확인하고 얼마 정도 걸리는지 시간도 계산하면서 계속 주의를 기울인다.
반면 집에 가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내려야 하는 곳을 알고 있고 도착 예정 시간도 몸에 배어 있는 상태이다.
주로 퇴근 시간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 때의 나의 상태를 생각해보면
긴장이란 1도 찾아 볼 수 없고, 귀에는 퇴근을 맞이하는 어깨를 들썩일법한 즐거운 노래 가락이 흘러나오고,
단순히 재밌어 보이는, 시선을 끄는 어떤 것에 집중하며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었을 것이다.
한참 나의 거북 목을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즐거운 것에 집중하다 문득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어? 사람들이 많이 내리네, 나도 내릴 때가 되었는데 하는 불길한 예감.
하지만 지하철 역 명이 보이지 않는 위치라 확신은 없다. 하지만 직감으로 알 수 있다. 이번 역에서 내려야 한다!
휴, 겨우 내렸구나. 세이프다.
전철 문이 닫기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잘못 내렸구나.
그리고 다음 열차를 타고 집에 온 적이 있다.
위의 시나리오를 몇 번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해 냈다.
목적지 역을 지나치지 않는 방법.
나가는 곳과 가장 가까운 문 앞에 서있자!
물론 이 방법은 일상적으로 가는 곳에서만 먹히는 방법이다.
(낯선 곳에 가면 항상 긴장을 해서 제대로 내려야 한다.)
왜냐하면 일상적으로 가는 곳이어야만 출구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 칸이 어딘 지를 알 수 있다.
적어도 나는 이 방법을 사용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목적지를 지나친 적이 없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괜스레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이 글을 본 누군가도 이 방법으로 목적지를 지나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 방법은 지나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빨리 나갈 수 있고 좀 더 노력한다며 이번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 중
일등으로 출구를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으니, 사소한 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에게 또한 좋을 것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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